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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용무도(婚庸無道)’한 군주 밑에서 4년 동안 살아오느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참으로 고통스럽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란 천도(天道)가 있는 것이어서, 천심(天心)이 민심(民心)으로 나타나 백성들의 힘으로 탄핵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실현되어 대통령을 파면하는 역사적인 대업(大業)을 이룩해내고 말았습니다. 인류의 역사상 흔하지 않은 민의의 승리가 이 땅에서 일어났으니, 5천만 국민의 민주주의 정신이 21세기를 빛내주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껏 발전한 데 대한 칭찬이 자자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유교의 창시자 공자(孔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수양하고 나서 남들에게 봉사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뜻입니다. 공자의 정신을 이어받은 다산 역시 여러 곳의 저서에서 ‘수기치인’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여 사람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수기하며 치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의「학이편(學而篇)」에서 인간이 자신을 수양하는 길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말했습니다. 첫째는 ‘주충신(主忠信)’ 즉 성실하고 신의가 있도록 하는 일이며, 둘째는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즉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벗으로 삼지 말라고 했으며, 셋째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풀어서 설명해보면, 성실하고 신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어울리는 사람의 수준이 자기 위에 있는 사람이어야지, 자기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과는 벗으로 지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며, 잘못을 저지르면 바로잡는 일을 꺼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제대로 해내는 일이 최상이지만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한다면 혼용무도한 사람이라는 말은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당한 우리의 이전 통치자는 세 가지 계율의 하나에도 충족되게 행한 일이 없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 부분의 경(經)을 해석한 정자(程子)나 주자(朱子)의 주석도 참으로 좋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간 다산의 해석도 참고하기에 충분합니다. “사람이 잘못을 고치는 일에 왜 두려워할 바가 있겠는가. 고치기를 꺼려함은 마음이 인색함이다. 때문에 허물 고치는 일에는 인색해서는 안된다”라고 했습니다.(人於改過 亦安有所畏乎 憚改則其情似吝 故曰改過不吝:『논어고금주』)

   우리의 전 대통령이 성실성과 신의가 없었던 점도 용서해줄 수 있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농단을 당한 것도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고 해도, 마지막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서해 줄 수 없으니 이게 어떻게 한두 사람의 마음이겠는가요.

   국가가 밝히려던 진실에는 온갖 방해만 하더니,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모순된 언행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꼼수와 잔꾀를 부리지 말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헌재의 결정에 다소곳이 승복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